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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적인 이야기다!

아즈마 렌카는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만 해도 호스트나 뒷세계와는 완전히 무관한 생활을 하고 살았다. 집안 대대로 절을 이어받아와 오히려 다른 고등학생보다 선량하다면 선량한, 그런 삶을 살아왔다. 그러다 고등학교에서 한 여자를 만났다. 이른바 ‘야쿠자 두목의 손녀딸’이라는 여자아이. 이름은, 타치바나 세카이였다.

타치바나와 같은 반이 되면서 아즈마 렌카의 비좁고 건전했던 세계는 순식간에 나쁜 쪽으로 넓어지기 시작했다. 지금껏 모르고 살았던 여러가지 일들을 알게 됐다. 학교 뒷문의 두번째 뒷골목은 양아치들의 성지라던가, 폭력배. 이른바 B(일본에서 사용하는 폭력배의 은어다.)의 사무소는 의외로 주택가 근처에 있다던가 하는 것들. 그 뒤의 일은 척척 진행됐다. 아즈마 렌카는 타치바나 세카이와 사랑에 빠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귀게 되었다. 넓어진 세계만큼 질 나쁜 아이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위험한 일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도 그쯤이다.

 

처음에는 집안에 숨기고, 어른들의 눈을 피해 몰래 연애를 했지만... 날고 기어봤자 고등학생.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님에게 연애 사실을 들키게 되었다. 집안에서는 당장 헤어지라고 으름장을 늘어놓았다. 연애를 막는 건 아니지만, 상대는 어울리기 마땅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아즈마 렌카는 이미 타치바나 세카이를 너무 사랑한 상태였다. 아즈마 렌카, 이름답게 살고 싶습니다! 불꽃 같은 사랑을 할래요! 헛소리를 늘어놓으며 부모님 가슴에 대못을 땅땅 박아넣었다. 그런 사랑을 하라고 렌카라는 이름을 지어준 것이 아니다! 부모님의 역정을 뒤로하고 아즈마 렌카는 타치바나와 결혼을 약속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결혼해 데릴사위로 들어가기로 마음 먹었다. B의 사무소에도 자주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이곳저곳의 심부름을 맡으며 뒷세계에서 차차 적응을 해나가고 있었다. 자신을 알아보는 건달이 많아질수록 좋을 거라 생각했다. 그야, 졸업 후엔 여기서 지내게 될테니까. ...머릿속이 꽃밭이었다.

 

결국 렌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자, 집안에서는 그를 쫓아냈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사랑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적어도 아즈마 렌카에겐 그랬다. 아즈마 렌카에겐 사랑만 있으면 충분했다. 타치바나 세카이가 그렇지 않았을 뿐이다. 타치바나 세카이는 졸업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즈마 렌카를 뻥 차버렸다. 사랑놀음은 이제 질렸다고 하면서. 렌카는 타치바나에게 매달렸지만, 타치바나는 렌카를 받아주지 않았다. 불꽃같은 사랑은 아즈마 렌카 혼자 했다. 타치바나의 이름엔 불꽃도, 사랑도 없었다.

 

아즈마 렌카는 그렇게 갈 곳을 잃었다. 아무것도 받지 못한 채 집안에서 쫓겨났기 때문에 빈털털이 상태이고, 어딘가에 취업할 만한 스펙도 없다. 학창시절 렌카는 원래 아주 우수한 모범생이었으나, 타치바나 세카이와 어울리면서 성적이고 학교생활이고를 죄다 포기한 지 오래였다. 애초에 이미 렌카는 뒷세계와 너무 깊게 엮여 버려서 그곳에서 벗어나는 것이 불가능했다. 어두운 골목만 보면 흠칫 놀라고, 불량해보이는 남성을 피해 이곳저곳 돌아다니던 어느날... 아즈마 렌카는 결국 뒷세계에 섞이기로 마음 먹는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20살, 몰상식하고 극단적인 선택이었다.

 

사무소에 찾아간 아즈마 렌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테니 일을 달라 빌었다부탁했다. 불행했던 상황 중 유일하게 럭키였던 점이 있다면 타치바나와 붙어다니는 동안 타치바나만을 믿고 건달들 앞에서 깝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처리는 빠릿빠릿, 성격은 싹싹하게! 나름 애용하던 심부름꾼이 필사적인 자세로 나와 부탁을 하니 사무소에서 특별히 마음을 썼다.(이걸 이렇게 표현해도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B들은 처음엔 아즈마 렌카를 그대로 폭력배의 말단으로 들일까 했으나... 가느다란 팔다리에 힘이라곤 조금도 없는 몸을 보고 노선 변경, 아즈마 렌카에게 일자리를 알선해줬다. 그게 아즈마 렌카의 호스트 데뷔였다.

 

 

그리고 이 쪽은 읽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생계를 위해 시작했으나, 생각보다 아즈마 렌카는 이 쪽에 재능이 있었다. 입담도 있고 재치도 있고, 무엇보다 술도 꽤나 센 편이었다. 타치바나에게 뻥 차이면서, 그 뒤 이런 구질구질한 세계에 들어오면서 깎여나간 자존감은 높으신 분들의 흥미를 자극하기 좋았다. 절망 이후 50여년. 안정화된 세계에서 새로운 유흥거리를 찾던 부호들에게 아즈마 렌카는 꽤나 재미있는 소재였다. 타이밍도, 상황도, 조건도 모두 맞았다. 아즈마 렌카의 손님들은 썩어넘치는 돈을 아즈마 렌카에게 낭비하기로 마음 먹었다. ...내로라하는 호스트들의 목표는 대부분 이것이니 아즈마 렌카는 정말 호스트로서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다. 이것도 정말, 어찌 보면 재능이다.

 

아무튼 간에 아즈마 렌카는 정말 시키는대로 했다. B 덕분에 호스트가 되어서인지 다른 놈들보다 입도 무거웠다. 능글거릴 지언정 방정을 떨진 않았다. 어라, 이 서술에 대해선 할 말이 있다! 입을 잘못 털었다 도쿄만 아래에 가라앉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누구나 나처럼 되리라! 따라준 술을 마시고, 마시고, 마시고, 마시고... 눈 앞이 핑글팽글 돌아도 버티고 버티다 테이블 위에 머리를 쿵 박는 게 몇십 번. 그 하루가 쌓이고, 일주일이 쌓이고, 한 달이 쌓이고, 해가 되었을 때 쯤엔 아즈마 렌카도 정말 프로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름 프로가 된 뒤에도 아즈마 렌카는 타치바나 세카이를 잊지 못했다. 때문에 남들이 보기에 아즈마 렌카는 '아픈 과거를 지닌 남자'처럼 보였다. ...매력으로 상응했단 소리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지니고 있는 상처마저 장사치처럼 팔아먹는 남자가 됐다. 구질구질하다... 아즈마 렌카는 거울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다. 많다 못해 넘쳐나는 돈, 옷장에 가득 들어차있는 명품. 한 끼에 몇만엔짜리 식사를 할 때에도 렌카는 그런 생각을 떨쳐내지 못했다.

 

원래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가게의 넘버 원이 되었다며 도쿄에 얼굴을 내건 광고가 걸렸을 땐 그 자존감 낮은 아즈마 렌카도 조금은 자만했다. 잔뜩 술에 꼴아 귀가하던 날, 대학교에 가던 고등학교 동창들을 마주치기 전까지는. 타치바나 세카이와 어울리기 전에는 자신과 함께 다녔던 친구들이었다. 자신과 다르게 목표하던 대학에 입학해 하고싶었던 공부를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아즈마 렌카는 큰 자괴감을 느꼈다. 중·고교 동창들의 연락을 전부 무시하고 받지 않게 된 것도 그 때 쯤이었다.

 

쪽팔린다... 아즈마 렌카는 자신의 과거사를, 자신의 현재를, 그리고 앞으로의 자신의 미래를 부끄러워했다. 호스트의 선구자 따위 되고 싶지 않았다... 아, 물론 그렇다고 자리를 거절하진 않지만. 어쨌든 아즈마 렌카도 살긴 살아야 한다. 그리고 기왕 살거라면 좋은데서, 좋은 걸 누리며 사는 게 낫지. ...아즈마 렌카는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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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쉿, 비밀!

  • 얼굴과 귀를 제외하고도 이곳저곳에 피어싱이 많다. 대표적으론 머리카락에 가려진 목 뒤.

  • 왼쪽 눈은 시력이 없다. 호스트가 되고 얼마 안 지났을 때, 술에 꼴아 귀가하다 전봇대의 튀어나온 못(도대체 왜 여기 있는건데?)에 눈을 강하게 부딪쳤다.

  • 남들이 들으면 비웃을 이유로 다쳤기 때문에, 굳이 이야기를

  • 하고 싶지 않아 한다.

  • 십자문신은 왼손목 안쪽에 위치해있다. 아즈마 렌카로선 딱히

  • 달가운 위치가 아닌 듯. 

  • 팬던트 목걸이 안에 들어있는 사진의 주인공!

  • 당연하지만 타치바나 세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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